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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현장의 밤이 길어서 그림에 도전해 보았다.

by 썬로드 2021. 12. 21.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면 보통 오후 8시 정도...

유튜브를 보다가 아크릴 페인팅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동영상 속에서는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짜내고 쓱싹쓱싹 칼질 몇 번, 붓질 몇 번에 그럴싸한 그림이 그려진다. 마치 예전에 밥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참 쉽죠?"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나도 할 수 있을것 같은데... 한번 해볼까?" 마침 2년 전에 3D 프린터로 만든 걸 색칠하느라고 다이소에서 사 왔던 3000원짜리 아크릴 물감과 1000원짜리 붓이 있었다. 퇴근해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보는 것보다는 좀 더 고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20cmx20cm짜리 캔버스도 몇 개 샀다. 그림을 그려본 건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그려본 게 마지막이었고 캔버스는 미술 전공자들이 사용하는 거라서 꽤 비쌀 줄 알았는데 싼 것도 많이 있었다. 내가 산건 하나에 우리 돈 1000원 정도... 

나의 그림 도구들, 제일 큰 붓은 딸래미가 쓰던걸 가지고 왔다. 나머지 붓들은 다이소에서 산 3개에 1000원 짜리이다.

 

근데 뭘 그리지? 내가 제일 많이 보는 것... 사무실 문밖을 나가면 항상 보이는 바로 그 풍경을 그려보기로 했다.

또 교량과 관련되어 버렸다. 3D 프린터도 사서 차낙칼레 교량 모형만 만들었는데.. 그림도 이렇게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제일 잘 아는 피사체니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 중에 노을이 이쁘게 나온 것을 출력해서 한번 그려 보았다. 12색 물감으로 내가 원하는 색을 섞어 만드는 게 은근히 어려웠다. 감에 의존해서 여러 색들을 조합해보았는데 섞으면 섞을수록 색이 탁해져 시행착오를 좀 겪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색은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은 물감을 듬뿍 짜서 아트 나이프로 질감을 살리면서 그리는 거였지만 물감이 작은 사이즈라 그렇게는 못하고 붓으로 얇게 펴 발라 그렸다. (사실 아트 나이프로도 시험삼아 그려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첫번째 그림, 2021년 1월경 노을진 차낙칼레 교량 전경 (메인케이블 시공중)

 

"어랏~ 그럴싸 한데?" 생각보다 괜찮게 그려진 것 같아 가족들에게 보여주니 나에게 두 번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역시 차낙칼레 교량을 계속 그려보았다.

두번째, 세번째 그림 작업중 2021년 여름, L/G가 설치되어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그리다 보니 어느덧 차낙칼레 교량 4 연작이 완성이 되었다. 

왼쪽 위부터 메인케이블 가설 / LG 가설전경 / 측경간 Deck가설 전경

 

나중에 한국 가면 집에다 걸어 놓을 생각에 가지고 있다가 그림을 본 한 직원이 한국으로 복귀할 때 선물로 달라고 해서 주는 것을 시작으로 어쩌다 보니 4장 모두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게 되었다. 누구에게 줄 정도는 아닌데... 나중에 버리지만 않기를 희망한다.

최근에는 다리만 그린다는 식구들의 원성에 다른 것도 그려보고 있다. 그런데, 몇 개나 더 그릴 수 있을까? 이제 슬슬 실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그리스 파로스섬 / 이스탄불 크즈 쿨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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