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면 보통 오후 8시 정도...
유튜브를 보다가 아크릴 페인팅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동영상 속에서는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짜내고 쓱싹쓱싹 칼질 몇 번, 붓질 몇 번에 그럴싸한 그림이 그려진다. 마치 예전에 밥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참 쉽죠?"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나도 할 수 있을것 같은데... 한번 해볼까?" 마침 2년 전에 3D 프린터로 만든 걸 색칠하느라고 다이소에서 사 왔던 3000원짜리 아크릴 물감과 1000원짜리 붓이 있었다. 퇴근해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보는 것보다는 좀 더 고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20cmx20cm짜리 캔버스도 몇 개 샀다. 그림을 그려본 건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그려본 게 마지막이었고 캔버스는 미술 전공자들이 사용하는 거라서 꽤 비쌀 줄 알았는데 싼 것도 많이 있었다. 내가 산건 하나에 우리 돈 1000원 정도...
근데 뭘 그리지? 내가 제일 많이 보는 것... 사무실 문밖을 나가면 항상 보이는 바로 그 풍경을 그려보기로 했다.
또 교량과 관련되어 버렸다. 3D 프린터도 사서 차낙칼레 교량 모형만 만들었는데.. 그림도 이렇게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제일 잘 아는 피사체니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 중에 노을이 이쁘게 나온 것을 출력해서 한번 그려 보았다. 12색 물감으로 내가 원하는 색을 섞어 만드는 게 은근히 어려웠다. 감에 의존해서 여러 색들을 조합해보았는데 섞으면 섞을수록 색이 탁해져 시행착오를 좀 겪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색은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은 물감을 듬뿍 짜서 아트 나이프로 질감을 살리면서 그리는 거였지만 물감이 작은 사이즈라 그렇게는 못하고 붓으로 얇게 펴 발라 그렸다. (사실 아트 나이프로도 시험삼아 그려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랏~ 그럴싸 한데?" 생각보다 괜찮게 그려진 것 같아 가족들에게 보여주니 나에게 두 번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역시 차낙칼레 교량을 계속 그려보았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그리다 보니 어느덧 차낙칼레 교량 4 연작이 완성이 되었다.
나중에 한국 가면 집에다 걸어 놓을 생각에 가지고 있다가 그림을 본 한 직원이 한국으로 복귀할 때 선물로 달라고 해서 주는 것을 시작으로 어쩌다 보니 4장 모두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게 되었다. 누구에게 줄 정도는 아닌데... 나중에 버리지만 않기를 희망한다.
최근에는 다리만 그린다는 식구들의 원성에 다른 것도 그려보고 있다. 그런데, 몇 개나 더 그릴 수 있을까? 이제 슬슬 실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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